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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씬하다고 예뻐지는 건 아니더라고

Amine 2025. 2. 5. 11:02

오늘 공복 몸무게로 50.8kg 라는 숫자를 봤다. 이번 주에 거의 탄수화물을 먹지 않았다. 아니 사실 그건 거짓말이다. 어제 동생이 남긴 찜닭에서 당면을 좀 먹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면 먹기 전, 혈당관리를 위해서 야채와 버섯을 먼저 먹었다. 그게 점심이었고 저녁은 단백질음료 한 병에 견과류 한 봉지를 먹었다. 요새 왜 이렇게 달걀이 먹기 싫은지. 껍질 까기도 귀찮고 왠지 살찔 것 같고 그렇네. 그래도 돌아가면서 메뉴를 다양하게 먹으니 살 빼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 특히 견과류가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 견과류 봉지 가운데서도 말린 라즈베리가 없었다면 나는 목 막혀 죽었을 것이다) 이 몸무게까지 올 때 중간중간 폭식할 것 같은 위기가 있긴 했다. 그러나 아무도 내가 살 찌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것이 사실이다. 엄마도 아빠도 동생도 친구도 삼촌도 이모도 할머니도 상사도 심지어 너무 중요한 인물인 나 자신까지도 내가 살 찌길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마라탕도 참고 떡볶이도 참고 햄버거도 참고 피자도 참고 초밥도 참고 대창도 참고 라면도 참는 것이다. 물론 이것들을 점심에 아주 조금 먹고 저녁에 다시 클린식을 한다면 살이 찌지 않을 것을 안다. 그러나 점심은 가족들과 함께 먹는 것이므로 그럴 순 없고 엄마가 일단 마라탕 떡볶이 등등을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는 내가 건강하게 살을 빼서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육체적으로는 건강하게 살을 빼고 있는 건 맞지만(굶어서 빼진 않으니), 정신건강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온통 머릿속이 식단과 몸무게 생각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바디프로필 촬영 V-log를 부러워하고, 누군가의 여리여리한 어깨 라인을 부러워하고, 누군가의 가늘고 흰 다리를 부러워하고, 언젠가 봄이 오고 여름이 와서 벚꽃 아래 내가 원하는 그 미인의 이미지를 가질 때까지 아마 멈추지 않을 것 같긴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얼굴이 여기서 더더욱 갸름해질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목구비 주차에는 별 불만이 없지만 투명하고 창백한 흰 피부와 크고 초롱초롱한 눈과 여백이 없는 갸름한 턱선을 가지고 싶긴 하다. 그러나 모든 것은 한계가 있고 나만의 아름다움이 있음을 믿는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살을 빼고 나서 '등짝이 반이 됐네', '옛날에는 등살이 보였는데 지금은 등살이 하나도 없네', '턱선이 생겼어!' 라는 말을 들을 때 정신병이 안 걸리는 게 이상하지 않나. 그걸 칭찬이라고 하는 건가. 그냥 몸매평가지. 예전의 나를 대체 어떻게 생각했던 걸까. 난 그 때도 내가 밝고 사랑스럽고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가볍게 듣고 넘기려고 해도 '이런 반응을 보니 다시 살 찌면 큰일 나겠군' 하는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배고프면 날서있고 배부르면 불안하다. 설탕과 흰 빵을 잔뜩 먹고 싶다. 어떤 여자들은 그렇게 먹어도 살이 안 찌던데. 선천적인 게 아니라면 당연히 그것만 먹고 아무것도 안 먹거나, 그 높은 기초대사량을 위해서 운동을 꾸준히 열심히 오랫동안 해 왔겠지. 다른 사람들의 외모와 기초대사량과 운동, 식습관 선호도를 부러워하지 않고 그냥 나는 내 길을 가야 한다.

 

<프아자극짤> 인데 난 프아는 아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