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2

가슴이 커지니까 숏컷을 했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가슴이 커졌다. 유전자 때문이겠지만 초등학교 6학년 치고 글래머러스한 몸매였던 걸로 기억한다. 부반장이었던 내가 칠판에서 무언가를 받아적고 있던 모습을 선생님이 찍어주신 학급사진으로 보았는데 당시 입고 있었던 작고 짧은 어린아이 같은 티셔츠가 몸매와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충격적이었다. 머리 스타일이나 신발 디자인, 면 반바지 등 다른 부위는 아직 어린아이 같았는데 가슴 부분만 불룩하게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그당시 성교육도 잘 받지 못했던 나는 당연히 스스로에게 불쾌했고 포르노적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우리 엄마는 나에게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는지 사춘기와 성 why책을 숨겼고 나는 궁금하니 그걸 찾아내서 어떻게든 읽긴 했지만 당연히 어른들 몰래 읽는 것이므로 죄책감을 가지고 ..

Likes 2026.04.07

아버지의 숨냄새 어머니의 살냄새 동생의 젖비린내

유치하지만 영원할 것 같은 나의 자녀됨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나는 어렸을 때는 부모님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크지 않았다. 동정하고 연민하는 쪽에 더 가까웠다. 왜냐하면 우리 부모님은 어린 내가 보기에도 참 가난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아버지의 지하 사무실과 큰 기계음 보일러 소리를 기억한다. 아버지가 생일 선물로 주신 조그마한 책 한 권도 아버지가 쓰신 에세이와 다름없었다. 거기에는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생크림 케이크에 대한 추억까지 모두 적혀 있었다. 우리집의 모든 교재와 교원 영어 비디오는 길에서 주워 온 것이었고 동화책 전집도 누군가에게서 얻어온 것이었다. 어머니의 조그만 교실과 우리집의 물 새던 천장을 기억한다. 아버지가 잔돈을 항상 저금통에 넣는 것을 보고 저게 아버지의 일당이구나 생각했던 어린 ..

Likes 2025.11.13

자아가 점점 많아지는 중

흔히들 가면을 쓴다고 하지. 페르소나라고도 하는 그 여러가지 자아들은 개수가 계속 변하는 것 같다. 나는 약 20년간 평생을 한 동네에서 살았다. 신실하지만 어딘가 엇나간 신앙인, 삐딱한 모범생 혹은 그저 그런 직장인, 시끄러우면서 적극적인 친구, 큰 문제 안 일으키는 장녀, 웬만하면 말 다 들어주는 언니로서 역할을 부여받으며 살아왔고 이제는 새로운 나 자신을 발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현상을 "자아찾기"라고 정의하고 해외여행이나 경제공부, 마라톤, 대회, 취미활동 동호회 등 여러가지 경험을 시도하는 거겠지. 나는 그런 곳에 돈 쓸 생각이 없기 때문에 고작 깔짝대며 하는 일이라곤 살을 계속 빼는 것과 화장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진하게 하기, 가발쓰기, 쌍커풀 만들기, 어깨와 가..

Likes 2025.11.13

200년 전 악녀의 폭식일기

창피하고 부끄럽다. 내가 어쩌다가 폭식을 하게 됐을까. 제일 한심한 사람들이 요요가 오는 걸 방치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어떻게 살을 20kg씩 빼고도 더욱 심한 요요가 오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였다. 어리석은 과거의 나를 아주 크게 반성하고 혼내야겠다. 불안감에 마구 먹거나 자제할 수가 없어 음식을 기회가 될 때마다 밀어넣는 것을 안 할 줄 알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몸매 관찰을 하였는데(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살집이 조금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기 좋은 몸매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 나는 어리석다. 더 살을 빼고 싶은데, 42kg까지 되고 싶은데. 처음에는 잘못된 습관 성형이었다면 이제는 그정도로 안 된다. 소식과 절식을 베이스로 습관을 자리잡게 해야 42kg를 달성할 ..

Likes 2025.09.29

어떻게 해야 더 마를 수 있을까 근데 로제 떡볶이는 먹고 싶다 공짜잖아

그저께 크림빵과 맘모스빵과 마라탕과 버블티와 수건케이크와 팝콘을 처먹었다. 어제는 남은 수건케이크와 팝콘, 과자 작은 봉지만 먹고 하루종일 버텼다. 밤에 빈속이었을 때 마그밀 두 알 먹고 계속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려 오늘 아침 결국 47.6이라는 숫자를 보았다. 참 어리석은 나. 그리고 오늘은 회사에서 식대가 나오므로 떡볶이를 10분 후에 배달시킬 것이다. 참 어리석다. 하지만 나는 그런 거 없이 못 살겠다. 사는 낙이 별로 없다.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고 나만 나에게 관심이 많다. 그러므로 나는 나를 지켜야 한다. 아니 그렇지 않아? 내 몸무게 누가 관리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 식욕 누가 신경 써 주는 것도 아니다. 내가 무엇을 먹는지 우리 엄마 아빠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진 않다. 내 책상 서랍에..

Likes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