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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것 없어서 감사한 날들

아침 8시 10분 알람을 듣고 살짝 깨어 있는다. 8시 20분에 일어나 샤워를 한다. 샤워는 절대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8시 40분까지 토너와 로션, 선크림을 바르고 속옷, 양말, 하의를 입고, 8시 50분까지 머리를 말린다. 머리에 노워시 트리트먼트를 뿌리고 로레알 헤어오일을 바른다. 상의를 입고 입술 연지를 바르고, 55분에 집을 나와서 9시에 딱 사무실에 도착한다. 연한 블랙 커피를 마시며 오전 근무를 하다가 11시 20분쯤 화장실을 가고, 11시 47분쯤에 사무실을 나온다. 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12시 50분까지 밥을 먹고 양치질을 하고 설거지는 옵션이다. 12시 55분-1시 정각 사이에 사무실에 다시 도착한다. 오후 근무를 한다. 틈틈이 연하게 탄 블랙 커피를 마셔준다. 업무가 끝났는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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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에 대해서

트림 또는 방귀가 나온다.라운드숄더가 펴져서 키가 커진다.날숨에 입을 오므리고 있으면 휘파람 소리가 날 수도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긴팔 상의를 입으면 너무 덥다. 그냥 얇은 레깅스 바지 입어도 된다.너무 힘든 날 필라테스 하고 나면 눈물이 나온다.스쿼트 하거나 무릎 굽히는 자세로 지탱할 때 무릎을 바깥으로 벌려야 안 아프다.하면 할 수록 는다. 그러므로 포기하지 말자.강도 높은 선생님한테 가면 다시 도루묵 같다.주 2-3회로는 살 안 빠진다.레깅스 처음 입을 땐 부끄럽지만 나중에는 일상복 된다.허리가 아플 수 있지만 참을 만 하면 참아야 한다. 기립근을 안 사용할 수는 없음.상체를 일으키는 동작 할 때 크게 덜덜덜덜 떨릴 수 있다.상대방의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적응되면 요령 피울 수 있으니..

Likes 2024.11.26

내 간에 갈비뼈 자국이 남을 때까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코르셋을 동경했다. 16세기부터 시작된 그 코르셋은 여자만이 할 수 있는 상징 같았다. 이름도 왠지 예쁘고 고결해 보였다. 코르셋. 착용 즉시 몸매가 눈에 띄게 예뻐지며, 밖에서는 보이지 않아 비밀스럽고, 호흡곤란까지 일으켜 기절하게 만들고, 남이 뒤에서 꽉 당겨서 묶어버리는 일종의 폭력적인 문화, 자해와 같은 그것이 나에게는 왠지 낭만처럼 보였던 것 같다. 어떤 여자는 너무 꽉 묶어서 간이 위로 올라가 버려, 간에 갈비뼈 자국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나는 얼굴 생김새, 즉 이목구비에 대한 기준은 그렇게 높지 않았지만 스타일링, 몸매, 비율에 대해서는 알게 모르게 엄격했다. 못생겨도(세상에 못생긴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날씬하고 비율 좋으면 모델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논리적이고 ..

Likes 2024.11.25

미운 사람에 대하여

나는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정말 너무 미워서 상종도 하기싫다. 가르치듯 말하는 것도 싫고 날 통제하려고 하는 것도 싫다.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입 꾹 다물고 있는 것도 꼴보기가 싫다. 나는 일주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시콜콜 말하면서 분위기를 풀려는 시도를 하는데, 그 사람은 자신의 것을 오픈하지 않는다. 그냥 모든 게 다 비밀이다. 아주 깍쟁이 납셨다. 본인은 굉장히 진실된 사람인 줄로 아는데, 천만에. 사람들 눈치를 너무 많이 보고, 내 앞에서만 눈치 안 보고 줏대있다. 사랑받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만 사랑받으려 하고, 사랑을 뺏기면 질투하는데 그게 눈에 너무 잘 보여서 내가 사랑받는게 멋쩍을 정도다. 사람의 미숙함을 싫어하고 거리두기를 하려고 한다. 자기는 공감을 잘 하는 줄 아는데 그거 공..

Likes 2024.11.24

자식을 어떻게 낳을 건데

나중에 자식을 세 명 이상 많이 낳아서 오순도순 복작복작 잘 살겠다고 말하는 멍청한 남녀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심술이 나면서 '그 많은 자식이 너희들 마음대로 키워질 것 같냐' 고 고개를 들이밀고 따지고 싶다. 뇌가 청순한 건지 아니면 본인 자식은 자신의 말을 잘 순종할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환상을 갖고 있는 것인지 그 사람들의 의중을 도저히 모르겠다. 이것 또한 반골 기질이리라. 우리 엄마아빠가 나의 자매와 나를 낳지 않았더라면 인생이 더 평화롭고 행복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생육하고 번성하라' 하셨지만 나는 독실한 기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그 말씀에 순종하기 싫다. 이 실락원과 말세인 세상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을 수 ..

Likes 2024.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