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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한 티타임의 로망스

참 지금 다이어트를 하고 있긴 하지만, 내가 살이 찌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이전 글 중에서도 쿠키로 시작하는 글이 있듯이, 나는 단 것, 디저트를 참 좋아한다. 그 이유는 서양 전래동화들을 보고자람에 있다. 특히 나에게 강하게 영향을 미친 책은 '소공녀'로 알려진 '세라 이야기', '빨간머리 앤', '비밀의 화원' 등이 있다. 세라와 앤과 메리가 영국의 티타임 문화를 나에게 처음 알려준 것이다. 동화책 삽화에서야, 아이들이 보는 거니 당연히 고증과 묘사가 어찌 되든 상관 없었을 것이고 온갖 달콤해보이는 케이크와 과자들을 그려 놓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건대 그녀들이 먹었던 빵과 쿠키와 케이크들은 내가 생각하는 그런 하얀 밀가루로 만든 부드러운 빵과 설탕 듬뿍 들어간 잼이 아니라 딱딱하기 그지없을 비스킷..

Likes 2024.11.14

드디어 성숙한 다이어트

솔직히 말하면 나는 엄마 쪽 식구들, 즉 외가 식구들을 많이 닮았다. 식성도, 깔끔 떠는 성격도 말이다. 안 닮은 게 있다면 체질이나 피부타입 정도일까. 여동생이 나보다 피부가 얇고 투명하며 수족냉증이 있는 것을 보면 그건 외가 쪽이 맞다. 문제는 나는 외가 쪽 체형을 닮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가 식구들은 약한 위장과 치질을 타고난 대신 철저한 건강관리를 통한 호리호리한 몸매들을 가졌는데, 나는 그것을 타고나지 못했던 것이다. 친가 식구들은 무지하게 먹어대도 속병 앓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다. 대신 중성지방들이 다들 두둑하긴 하시지만. 어쨌거나 나는 현재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사실 다이어트 이렇게 본격적으로, 독하게, 오래 유지한 것은 처음이다. 2024년 9월 19일부터 시작했는데, 발단은 추석 연휴..

Likes 2024.11.13

수치스러운 기억의 되새김질

반추란 Rumination, 즉 되새김질 이다. 소들이 풀을 계속 되새김질 하는 게 그게 반추란 말이다. 그런데 내가 그 짓을 하고 있다. 특히 아무것도 생각을 하지 않을, 샤워할 때 과거의 수치스러운 기억들이 자꾸 떠오른다. 유치원생 때 혼났던 기억, 초등학생 때 친구와 대립했던 기억, 중학생 때 친구들에게 따돌림 받았던 기억, 고등학생 때 교만함으로 남들을 배척했던 기억 등 사회화에 실패한 기억들, 지금은 더이상 영향을 주지 않는 과거의 일들인데 괴로워한다. 그런 기억들이 모이고 모여서 열등감과 슬픔을 구성한다. 괴롭다 괴로워. 슬프다 슬퍼. 다행스러운 점은, 내가 그런 증상 외에는 다른 우울증의 반응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웬만하면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싶다. 반추하지 말아야지. 그저 해야 할 것들..

Likes 2024.11.12

기념일의 추억

어렸을 때 학교나 학원에서 발렌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 등을 챙겨주는 것이 예삿일이었다. 학교는 급식으로 어필했고 학원은 과자로 마케팅을 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나는 초등학교 때 짝꿍과 엎드려뻗쳐를 벌로 받는 도중 수다를 떨다가 정이 들어 고백 받은 적도 있었고 같은 반 남자애 '엄마'가 유리병에 담겨 있는 사탕을 주신 적이 있는 등 웃음이 나오는 추억이 있다. 아마 그 친구의 어머니는 내가 책도 잘 읽고 머리도 긴 생머리에 공부도 잘 했어서 마음에 드셨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평범하기 그지없는 못 생긴 오피스 레이디가 되었다.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는 사실 우리들의 전유물은 아니었고 대학생 언니오빠들이 챙기는 그런 기념일이라고 여겨졌다. 왜냐하면 화이트데이는 그렇다치는데 발렌타인데이의 '쵸컬릿'은 ..

Likes 2024.11.11

나의 영원한 복숭아씨앗

선선한 서울의 거리를 걷는 것쥬드 프라이데이의 수채화 느낌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기분 좋은 순간마음 털어놔도 판단하지 않는 친구와 함께도회지의 상징과 같은 건물을 탐방하기처음 경험하는 음식을 먹고 동그래진 눈메모지를 다 쓰는 날언제 읽어도 마음이 움직이는 만화책인간관계의 해답 같은 지식웃으라고 던진 유모어에 웃어주는이어폰 없이 걷는 집 가는 길선물받은 바디로션의 침대 속 향기영원히 경험하지 않을 상황 속 섣부른 험담부드러운 일기장에 폭신한 베개와뾰족한 펜촉과 날카로운 기억찾아영화의 배속과 그 보다 느린 감상단추와 똑같은 귀고리를 하고거울에 비치는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스치는사람 사는 거 똑같다와 다양한 인간군상정도 깊은 회개는 아름답다선명한 달의 모양을 보면서 위로받기강한 자의식에 슬퍼하고 힘을얻고사랑하는 ..

Likes 2024.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