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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주의자의 반란과 꼽주기

그래 난 정말 유명한 이상주의자였다. 모태신앙 기독교인이기도 하고 '엄마 찾아 삼만리'나 '세라 이야기', '큰 바위 얼굴' 등을 읽고 자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선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그런 권선징악적 이야기에 감동하고 위로받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게 현실에서도 적용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나는 학창시절 외모지상주의나 학교폭력 등의 정의롭지 않은 사건에 분노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개찐따같은 사람이 되었고 이혼하는 부모 아래 있는 자녀 양육 문제나 복잡한 불륜, 치정 사건들에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면 쿨하지 못한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무거운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떨떠름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물론..

Likes 2024.12.27

다이어트 성공일까 아닐까

24.12.16.(월) - 54.2kg어제 사모님들이 내가 살이 엄청나게 빠졌다고 엄마만큼 날씬해졌다고 칭찬을 마구마구 해주셨다. 기쁘긴 했는데 솔직히 할 말이 없더라. 살 쪘던 예전의 나의 모습을 욕할 수도 없고. 나는 60kg이 넘어갈 때에도 분홍 원피스를 입은 내가 너무 사랑스러웠기 때문이다.(절대로 길티챌린지가 아니다) 그냥 살빼느라 죽겠다고 설렁설렁 넘겼다. 그래 생각해 보면 내 정체성을 '디저트를 좋아하는 여자아이'로 정의한 것 치고는 독하게 했다. 솔직히 단 음료도 거의 안 마셨고, 단 거 마신 거라곤 시럽 반절만 넣은 카페라떼나 아니면 한 끼 대용으로 마신 초코라떼밖에 없다. 그것도 너무 아껴서 먹느라 5시간 동안 야금야금 마셨다. 아 그리고 생리 직전에 먹은 미떼 핫초코 100ml 정도...

Likes 2024.12.16

낭만적으로 보고 싶은 OL의 식문화

직장 끝나고 도시의 밤거리를 걷다가 초밥을 포장해 와서 집에서 야경을 즐기며 음료수와 같이 먹기휴일에 예쁘게 꾸미고 친구와 함께 걸스토크를 하며 햇살이 들어오는 식당에서 파스타 먹기남편을 위해서 가지볶음과 감자볶음, 라자냐 등을 만들어 아늑한 주황색 조명이 있는 식탁에서 같이 먹기저녁에 끼니를 거르고 밤늦게 선물받은 초콜릿 박스를 열어 예쁜 고급 초콜릿 10개를 다 먹고 후회하기새로 산 포근한 수면양말을 신고 직접 구운 시나몬롤 또는 초코칩 쿠키에 우유를 곁들여서 밤참으로 먹기일이 바쁜 기간에는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며 삼각김밥 1개와 우롱차로 저녁식사 때우기오랜만에 시간이 남은 평일 아침 흰밥에 소금만 넣어 간단하고 맛있는 주먹밥 만들어 먹기정시퇴근을 한 운 좋은 날에 나를 위한 요리를 하고 싶어 왠지 ..

Likes 2024.12.13

거울을 보며 외치는 말 : 살더빼

요새 내 주된 관심사는 역시나 다이어트이다. 사실 좀 우습게도 아직 만족스럽진 않지만 살이 안 빠진 건 아니다. 2024년 9월 19일에 시작해서 10월 , 11월, 오늘인 12월 12일까지 아직 세 달도 되지 않았는데 64.0kg에서 55.2kg으로 9kg 감량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 내가 원하는 눈바디는 나오지 않았다. 눈바디 따위야 사실 다이어트 후에 보상으로 얻어지는 것이고 가장 원하는 것은 복부지방과 내장지방 감량이다. 팔과 다리 같은 몸의 끝 부분들은 멀쩡한데 몸통은 아직 지방이 넉넉하다. 원피스나 치마 등으로 잘 가릴 수야 있다지만 건강에는 썩 좋지 않은 상황임이 틀림없다. 필시 탄수화물과 지방, 당류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 것이리라. 지금 루틴을 설명해 보자면 아침 9시에 아메리카노 또는 ..

Likes 2024.12.12

부자병에 걸려서 슬픈 서민인 나

현 대한민국을 사는 서민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부자병에 걸린다. 값싸고 유통기한이 오래 가는 공장제 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군것질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장지방이 쌓여 있고 비만, 고혈압에 다다라 있다.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모르고, 안다 해도 전시, 문화, 공연을 즐길 시간과 돈이 없어 봉지에 담긴 과자, 빵, 당류 높고 저렴한 음료수 등으로 일시적인 쾌락을 일으켜 현실을 잠시 잊어본다. 신선한 제철과채, 글루텐프리 식빵과 무가당잼은 가격이 하늘에 있고 구매하고자 해도 이마트까지나 가야 한다. 잡곡밥은 식감도 맛도 지하를 뚫을 만하여 식욕이 오히려 쏙 없어진다. 어렸을 때부터 새우깡과 칸쵸, CJ 볼로냐 스파게티, 삼립 양산빵, 아침에 오렌지 주스 등으로 입맛을 길들여 놓은 나는 이 식습..

Likes 2024.12.07

내가 만약에 어른이 된다면

직접조명이 환한 인테리어를 꼭 할 것이다.간접조명 또한 여러 군데 놓아 직접조명을 켜지 않아도 아늑한 공간을 연출할 것이다.욕실에는 욕조가 없을지언정 타일은 분홍색으로 맞출 것이고 거울은 크고 예쁜 것을 놓을 것이다.샴푸, 트리트먼트, 바디워시, 바디스크럽, 바디로션, 폼클렌징, 샤워타올, 샤워기 모두 분홍색으로 맞출 것이다.수건도 오직 파스텔톤 또는 분홍색으로만 구비할 것이다.냉장고와 세탁기, 물주전자 모두 분홍색으로 맞출 것이다.냉장고 안에는 그릭요거트와 냉동새우와 아보카도를 꼭 구비해 둘 것이다.크리스마스에는 예쁜 장식과 크리스마스 트리를 꺼내 놓을 것이다.식탁 위에 항상 케이크 스탠드를 두고 쿠키 또는 디저트를 유리돔으로 덮어둘 것이다.유리로 된 장을 하나 마련해서 내가 좋아하는 컵들을 전시해 둘..

Likes 2024.12.05

누가 챙겨주는 것인가

누가 챙겨주나 나를.이 지독하게 못생기고 추한 나를.나만 나를 챙길 수 있다.그러니까 사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다른 사람을 잘 챙기되,나도 후처리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남에게 나를 기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왜냐하면 남에게 나를 기대는 것은사실은 자학과 자해에 가깝기 때문이다.기대한 만큼 받지 못하면 슬프다.슬프면 마음이 아프다.다른 사람에게 잘 해 주되,대가를 절대 기대하지 않고,예쁜 말 한마디, 웃는 표정 이런 것도 기대하지 말고다른 사람에게 자아를 깎아 대접한 것에 대해서나 자신을 칭찬하고 대견해하고피부를 물에 담그고 기름을 바르고좋은 향기를 맡게 하고 맛있는 것을 조금 먹이고하나님의 말씀을 읽게 하고 마음을 평안하기를 구하고그렇게 잊어버리고 있다가그제서야 선하게 산 행동의 결과가 올 때기..

Likes 2024.12.03

보잘것 없어서 감사한 날들

아침 8시 10분 알람을 듣고 살짝 깨어 있는다. 8시 20분에 일어나 샤워를 한다. 샤워는 절대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8시 40분까지 토너와 로션, 선크림을 바르고 속옷, 양말, 하의를 입고, 8시 50분까지 머리를 말린다. 머리에 노워시 트리트먼트를 뿌리고 로레알 헤어오일을 바른다. 상의를 입고 입술 연지를 바르고, 55분에 집을 나와서 9시에 딱 사무실에 도착한다. 연한 블랙 커피를 마시며 오전 근무를 하다가 11시 20분쯤 화장실을 가고, 11시 47분쯤에 사무실을 나온다. 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12시 50분까지 밥을 먹고 양치질을 하고 설거지는 옵션이다. 12시 55분-1시 정각 사이에 사무실에 다시 도착한다. 오후 근무를 한다. 틈틈이 연하게 탄 블랙 커피를 마셔준다. 업무가 끝났는데 시..

Likes 2024.11.27

필라테스에 대해서

트림 또는 방귀가 나온다.라운드숄더가 펴져서 키가 커진다.날숨에 입을 오므리고 있으면 휘파람 소리가 날 수도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긴팔 상의를 입으면 너무 덥다. 그냥 얇은 레깅스 바지 입어도 된다.너무 힘든 날 필라테스 하고 나면 눈물이 나온다.스쿼트 하거나 무릎 굽히는 자세로 지탱할 때 무릎을 바깥으로 벌려야 안 아프다.하면 할 수록 는다. 그러므로 포기하지 말자.강도 높은 선생님한테 가면 다시 도루묵 같다.주 2-3회로는 살 안 빠진다.레깅스 처음 입을 땐 부끄럽지만 나중에는 일상복 된다.허리가 아플 수 있지만 참을 만 하면 참아야 한다. 기립근을 안 사용할 수는 없음.상체를 일으키는 동작 할 때 크게 덜덜덜덜 떨릴 수 있다.상대방의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적응되면 요령 피울 수 있으니..

Likes 2024.11.26

내 간에 갈비뼈 자국이 남을 때까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코르셋을 동경했다. 16세기부터 시작된 그 코르셋은 여자만이 할 수 있는 상징 같았다. 이름도 왠지 예쁘고 고결해 보였다. 코르셋. 착용 즉시 몸매가 눈에 띄게 예뻐지며, 밖에서는 보이지 않아 비밀스럽고, 호흡곤란까지 일으켜 기절하게 만들고, 남이 뒤에서 꽉 당겨서 묶어버리는 일종의 폭력적인 문화, 자해와 같은 그것이 나에게는 왠지 낭만처럼 보였던 것 같다. 어떤 여자는 너무 꽉 묶어서 간이 위로 올라가 버려, 간에 갈비뼈 자국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나는 얼굴 생김새, 즉 이목구비에 대한 기준은 그렇게 높지 않았지만 스타일링, 몸매, 비율에 대해서는 알게 모르게 엄격했다. 못생겨도(세상에 못생긴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날씬하고 비율 좋으면 모델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논리적이고 ..

Likes 2024.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