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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발견이 선을 넘으면 자기학대가 된다

Amine 2025. 2. 21. 14:07

오늘 '다시 한번' 깨달은 것 하나는 내가 정말 혼자 다니기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아니 애초에 시간과 체력을 쓴다든가 돈을 쓴다든가 하는 게 싫다. 내가 뭐 하러? 얼마든지 내 의지로 시간과 돈과 체력을 아낄 수 있는데. 다른 사람과 함께라면 딱히 선택지가 없겠지만. 그 사람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위해 충분히 돈과 시간과 체력을 투자할 용의가 있지만 나 혼자서라면 굳이 멀리 있는 장소를 찾아서 내 자원을 쓰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너무 피곤하고 돈이 아깝기 때문이다. 심지어 밖에서 음식을 사 먹으면 살도 찐다. 나 스스로 나를 잘 챙기는 기분이 들려면 그냥 내 일상생활을 빈틈없이 관리하면 될 일이다. 나는 돈을 쓰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고, 시간 일정도 계획에 어긋나면 무지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취미생활에 돈 쓰는 게 아깝다. 지금 취미생활 말고도 사실 해야 할 일이 무지하게 많아서 그런 것도 있다. 주 1회 예배, 주 2회 운동(더 늘려야 함), 주 1회 소감쓰기, 소감모임, 주 1회 독서모임, 격주 1회 메세지 쓰기, 매일 양식 먹기 등등 직장과 병행하다 보면 사실 여유 시간이랄 게 별로 없다. 남는 시간에는 주변 사람들의 경조사를 잘 챙기고 근황을 물어보고 이웃의 아기들을 돌보면 알찬 한 주가 저절로 채워진다. 어쩌다가 쉬는 날에는 평소 피곤했던 것을 보상하듯 늦잠을 잔 뒤 느지막히 일어나 밀린 설거지와 청소, 빨래 등의 집안일을 하고, 가보고 싶었던 카페를 가보는 정도로 족하다. 이래도 모자란 게 현대인의 삶이다. 그렇다고 나는 이 생활에 불평하진 않는다. 어쨌든 나는 매일 오전 8시 이후에 기상할 수 있고, 9시 출근 6시 퇴근하여 오후 6시 10분 전에 집에 오는 아주 행복한 직장인이고, 남는 시간은 오직 나의 개인 자유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굳이 혼자 필요하지도 않은 영화관이라든가 서점이라든가 북적북적한 시내 등을 가고 싶지는 않다. 내가 나를 위해 혼자 시간을 쓰고 있으면 꼭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나타나고, 그러면 나는 내 시간을 혼자 쓰고 있는 것이 갑자기 낭비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밖에 나가면 사람들의 이목을 매우 신경쓰는 성격이기 때문에 내 외모와 옷매무새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진다. 강박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러다가 기억에 남는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다면 나는 혼자 시간과 돈을 쓰게 된 것을 매우 후회한다. 나를 받아주는 한 사람이라도 옆에 있다면 회복탄력성이 높아지는데, 혼자 있을 때는 깊은 상처로 남을 때가 있다. 아마 정서적 독립을 아직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사회가 혼자 있는 젊은 여성을 만만히 볼 때가 많아서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