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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챙겨주는 것인가

누가 챙겨주나 나를.이 지독하게 못생기고 추한 나를.나만 나를 챙길 수 있다.그러니까 사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다른 사람을 잘 챙기되,나도 후처리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남에게 나를 기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왜냐하면 남에게 나를 기대는 것은사실은 자학과 자해에 가깝기 때문이다.기대한 만큼 받지 못하면 슬프다.슬프면 마음이 아프다.다른 사람에게 잘 해 주되,대가를 절대 기대하지 않고,예쁜 말 한마디, 웃는 표정 이런 것도 기대하지 말고다른 사람에게 자아를 깎아 대접한 것에 대해서나 자신을 칭찬하고 대견해하고피부를 물에 담그고 기름을 바르고좋은 향기를 맡게 하고 맛있는 것을 조금 먹이고하나님의 말씀을 읽게 하고 마음을 평안하기를 구하고그렇게 잊어버리고 있다가그제서야 선하게 산 행동의 결과가 올 때기..

Likes 2024.12.03

보잘것 없어서 감사한 날들

아침 8시 10분 알람을 듣고 살짝 깨어 있는다. 8시 20분에 일어나 샤워를 한다. 샤워는 절대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8시 40분까지 토너와 로션, 선크림을 바르고 속옷, 양말, 하의를 입고, 8시 50분까지 머리를 말린다. 머리에 노워시 트리트먼트를 뿌리고 로레알 헤어오일을 바른다. 상의를 입고 입술 연지를 바르고, 55분에 집을 나와서 9시에 딱 사무실에 도착한다. 연한 블랙 커피를 마시며 오전 근무를 하다가 11시 20분쯤 화장실을 가고, 11시 47분쯤에 사무실을 나온다. 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12시 50분까지 밥을 먹고 양치질을 하고 설거지는 옵션이다. 12시 55분-1시 정각 사이에 사무실에 다시 도착한다. 오후 근무를 한다. 틈틈이 연하게 탄 블랙 커피를 마셔준다. 업무가 끝났는데 시..

Likes 2024.11.27

필라테스에 대해서

트림 또는 방귀가 나온다.라운드숄더가 펴져서 키가 커진다.날숨에 입을 오므리고 있으면 휘파람 소리가 날 수도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긴팔 상의를 입으면 너무 덥다. 그냥 얇은 레깅스 바지 입어도 된다.너무 힘든 날 필라테스 하고 나면 눈물이 나온다.스쿼트 하거나 무릎 굽히는 자세로 지탱할 때 무릎을 바깥으로 벌려야 안 아프다.하면 할 수록 는다. 그러므로 포기하지 말자.강도 높은 선생님한테 가면 다시 도루묵 같다.주 2-3회로는 살 안 빠진다.레깅스 처음 입을 땐 부끄럽지만 나중에는 일상복 된다.허리가 아플 수 있지만 참을 만 하면 참아야 한다. 기립근을 안 사용할 수는 없음.상체를 일으키는 동작 할 때 크게 덜덜덜덜 떨릴 수 있다.상대방의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적응되면 요령 피울 수 있으니..

Likes 2024.11.26

내 간에 갈비뼈 자국이 남을 때까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코르셋을 동경했다. 16세기부터 시작된 그 코르셋은 여자만이 할 수 있는 상징 같았다. 이름도 왠지 예쁘고 고결해 보였다. 코르셋. 착용 즉시 몸매가 눈에 띄게 예뻐지며, 밖에서는 보이지 않아 비밀스럽고, 호흡곤란까지 일으켜 기절하게 만들고, 남이 뒤에서 꽉 당겨서 묶어버리는 일종의 폭력적인 문화, 자해와 같은 그것이 나에게는 왠지 낭만처럼 보였던 것 같다. 어떤 여자는 너무 꽉 묶어서 간이 위로 올라가 버려, 간에 갈비뼈 자국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나는 얼굴 생김새, 즉 이목구비에 대한 기준은 그렇게 높지 않았지만 스타일링, 몸매, 비율에 대해서는 알게 모르게 엄격했다. 못생겨도(세상에 못생긴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날씬하고 비율 좋으면 모델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논리적이고 ..

Likes 2024.11.25

미운 사람에 대하여

나는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정말 너무 미워서 상종도 하기싫다. 가르치듯 말하는 것도 싫고 날 통제하려고 하는 것도 싫다.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입 꾹 다물고 있는 것도 꼴보기가 싫다. 나는 일주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시콜콜 말하면서 분위기를 풀려는 시도를 하는데, 그 사람은 자신의 것을 오픈하지 않는다. 그냥 모든 게 다 비밀이다. 아주 깍쟁이 납셨다. 본인은 굉장히 진실된 사람인 줄로 아는데, 천만에. 사람들 눈치를 너무 많이 보고, 내 앞에서만 눈치 안 보고 줏대있다. 사랑받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만 사랑받으려 하고, 사랑을 뺏기면 질투하는데 그게 눈에 너무 잘 보여서 내가 사랑받는게 멋쩍을 정도다. 사람의 미숙함을 싫어하고 거리두기를 하려고 한다. 자기는 공감을 잘 하는 줄 아는데 그거 공..

Likes 2024.11.24

자식을 어떻게 낳을 건데

나중에 자식을 세 명 이상 많이 낳아서 오순도순 복작복작 잘 살겠다고 말하는 멍청한 남녀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심술이 나면서 '그 많은 자식이 너희들 마음대로 키워질 것 같냐' 고 고개를 들이밀고 따지고 싶다. 뇌가 청순한 건지 아니면 본인 자식은 자신의 말을 잘 순종할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환상을 갖고 있는 것인지 그 사람들의 의중을 도저히 모르겠다. 이것 또한 반골 기질이리라. 우리 엄마아빠가 나의 자매와 나를 낳지 않았더라면 인생이 더 평화롭고 행복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생육하고 번성하라' 하셨지만 나는 독실한 기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그 말씀에 순종하기 싫다. 이 실락원과 말세인 세상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을 수 ..

Likes 2024.11.23

홍대 거리의 추억

중학생 시절 의외로 홍대거리를 종종 돌아다녔다. 툭하면 홍대에 갔다 이건 아니고, 서울코믹월드 입장권을 사러 1년에 두번 이상 간 정도다. 나는 홍대 골목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다. 당시 발매한 10cm의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라는 노래에도 홍대, 이태원 등의 핫플레이스가 나오는 데다가, 홍대는 내가 아는 다른 핫플레이스와 달리 유행의 성지, 그리고 아기자기한 카페가 많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예쁘고 세련된 옷을 입은 언니들도 많았고 가끔가다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도 보았다. 어렸을 때라 비싼 브런치 맛집 같은 곳을 찾아다닐 엄두는 못 내었고, 가끔가다 일본 라멘을 사 먹거나 길거리 아이스크림이나 파르페 한번 먹는 정도로 만족을 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가장 들어가보고 싶은 가게들은 반지하 카페..

Likes 2024.11.22

내 남편의 조건 (세상에 없음)

무조건 내 편, 무조건 날 사랑할 것. 나를 꼭 좋아해야 한다. 진짜로 꼭.나이는 나보다 많지도 적지도 않아야 한다. 세대 차이가 크면 곤란하다. (간섭받지않는다는장점이잇음)나보다 지방이 많거나 나보다 키가 작거나 나보다 피부가 하얗지 않을 것.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일 것. 나도 그럴 것이다.티 타임이나 다과를 나와 같이 즐기고 공감하는 사람일 것.외모에 지나친 신경을 쓰지 않아야 한다. 과하게 신경 쓰지 않아도 곤란하다.외모에 과하게 신경쓰지 않는 경우, 나의 소소한 패션코칭을 꼭 받아들여야 한다.자식 유무에 신경쓰지 않아야 한다. 나는 아직 자식을 낳을 계획이 없다.공동명의의 통장에 생활비를 넣어야 한다. 물론 나도 맞벌이를 할 것이다.요리를 하나도 하지 못하거나 하려고 하지 않는 남자는 곤란하다..

Likes 2024.11.21

낭만으로 먹는 야식 파티

그래 내가 야식을 낭만으로 먹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아니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말한 적이 있어야 말이지. "음식을 늦은 밤에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과 함께 먹는 "자극적인 고열량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물론 이 세 가지 조건에서 빠져도 되는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자극적인 고열량 음식"을 저렴하게 먹고 싶으면 편의점 김밥과 햄버거, 컵라면을 사고, 돈 좀 써도 되는 상황이면 통에 담겨 오는 떡볶이나 치킨, 피자를 먹을 것이다. 유튜브는 내가 좋아하는 공포게임 플레이 영상이라거나 범죄사건 해결영상을 볼 것이다. 예전에 '청소녀 백과사전'에서 예린이가 리모컨을 들고 TV를 보면서 피자를 우물거리는 묘사가 재미있었는데, 마치 나도 예린이가 된 것..

Likes 2024.11.20

나의 두 번째 회사 이야기

이전 글에도 말했듯이 나는 여기가 세 번째 회사다. 첫 회사는 천국이었고 지금 회사도 천국이다. 그런데 두 번째 회사는 정말 내가 급하게 구했던 직장이라 그런가 나에게 잘 맞지 않는 회사였다. 하는 일이 어렵진 않았는데 상사가 성격이 급하고 화를 많이 내는 성격이라 배울 때 괴로웠다. 단어 하나하나 못 알아들으면 화를 냈다. 나는 점점 겁을 먹어서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했고 사무실 모든 사람들이 듣고 있는 데서 수치를 당해야 했다. 아침에 7시에 일어나 8시 반까지 출근해서 해야 할 일을 하였다. 해야 할 일 준비를 하면서도 덜덜 떨었다. 한 마디도 스몰 토크를 하지 않았다. 솔직히 여기에 다 적기도 어렵다. 너무 적막하고 외로웠고, 햇빛 한 톨 들지 않는 회사였고, 도시락 먹는 거 가지고 따로 불러내어..

Likes 2024.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