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kes

홍대 거리의 추억

Amine 2024. 11. 22. 09:09

중학생 시절 의외로 홍대거리를 종종 돌아다녔다. 툭하면 홍대에 갔다 이건 아니고, 서울코믹월드 입장권을 사러 1년에 두번 이상 간 정도다. 나는 홍대 골목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다. 당시 발매한 10cm의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라는 노래에도 홍대, 이태원 등의 핫플레이스가 나오는 데다가, 홍대는 내가 아는 다른 핫플레이스와 달리 유행의 성지, 그리고 아기자기한 카페가 많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예쁘고 세련된 옷을 입은 언니들도 많았고 가끔가다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도 보았다. 어렸을 때라 비싼 브런치 맛집 같은 곳을 찾아다닐 엄두는 못 내었고, 가끔가다 일본 라멘을 사 먹거나 길거리 아이스크림이나 파르페 한번 먹는 정도로 만족을 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가장 들어가보고 싶은 가게들은 반지하 카페들로 창문을 통해 아늑하고 귀여우며 소녀감성 느낌이 나는 인테리어를 볼 수 있는 원목 카페였는데, 마치 성냥팔이 소녀처럼 그 창문을 들여다보기만 하고 들어가 볼 생각은 못 했던 게 추억이 되었다. 아직도 추운 겨울날 그 안에 있던 똥머리를 하고 하얀 목도리를 한 언니들이 잊히지 않는다. 현재 해당 카페는 사라졌고 카페이름은 알고 보니 '버터컵'이이었다. 그리고 지금 밀크코코아 옷 가게 자리가 헬로키티 공식 카페였는데 참 그곳도 가보고 싶었다. 당시 일본 문화에 푹 빠져 있을 때라 순정만화에 나오는 크레페를 먹고 싶어 홍대의 유일한 크레페 가게도 가보고 싶었는데 용돈을 한 달에 2만원을 받았을 때라 크레페 가게를 한번 가면 15000원 정도만 남으므로 갈 생각도 못하고 만화책으로만 무슨 맛일까 생각하며 상상의 나래만 펼쳤었다. 나는 낯선 홍대의 골목을 돌아다니며 담배 연기를 피해서 누가 어떤 장사를 하고 어떤 것을 팔고 있는지, 그리고 누가 여기에 사는지 생각하는 것을 즐겼다. 어른이 되어서 꼭 예쁘고 달콤한 카페의 디저트들을 누리리라 각오하진 못했다. 왜냐하면 내가 그런 것을 누리기에는 당시 우리 집은 너무 가난했고 그런 것은 사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지금 과거의 어린 내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사치를 누리고 있다. 금요일 밤 홍대의 소공연장을 다니며 인디공연을 보고, 몸매 때문에 달콤한 것을 자제할 정도이며, 커피를 하루에 한 잔 이상 마시지 않고는 못 살 정도이고, 카페는 이제 할 일이 딱히 있다던가 새로운 곳이 아니면 가지 않을 정도로 질려버렸다. 홍대 거리는 점점 싸구려가 되어 간다. 귀여운 카페의 사명감 있는 주인언니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화려한 술집과 보기싫은 일관된 프렌차이즈들이 잔뜩 모여있으며 저임금 노동자의 최소한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 중국에서 수입해오는 짝퉁 캐릭터 악세사리들과 퀄리티는 떨어지는데 가격은 눈이 휘둥그레지는 옷가게들도 많아졌다. 이제 내가 좋아하던 그 시절 홍대 거리는 거의 모습을 잃었다. 내가 세상을 더 알게 되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