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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사람에 대하여

Amine 2024. 11. 24. 11:05

나는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정말 너무 미워서 상종도 하기싫다. 가르치듯 말하는 것도 싫고 날 통제하려고 하는 것도 싫다.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입 꾹 다물고 있는 것도 꼴보기가 싫다. 나는 일주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시콜콜 말하면서 분위기를 풀려는 시도를 하는데, 그 사람은 자신의 것을 오픈하지 않는다. 그냥 모든 게 다 비밀이다. 아주 깍쟁이 납셨다. 본인은 굉장히 진실된 사람인 줄로 아는데, 천만에. 사람들 눈치를 너무 많이 보고, 내 앞에서만 눈치 안 보고 줏대있다. 사랑받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만 사랑받으려 하고, 사랑을 뺏기면 질투하는데 그게 눈에 너무 잘 보여서 내가 사랑받는게 멋쩍을 정도다. 사람의 미숙함을 싫어하고 거리두기를 하려고 한다. 자기는 공감을 잘 하는 줄 아는데 그거 공감 하나도 아니고 속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게 눈에 너무 잘 보인다. 꾸밀 줄도 모르면서 내가 꾸미고 오면 경계한다. 내가 이성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싫어한다. 뭐든지 관심있는 사람에 대한 정보는 자기가 먼저 알고 있어야 하고 내가 먼저 정보를 알고 있으면 우울해한다. 비리가 있고 문제 많은 기업의 불매운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 싫어하고 거부감을 드러낸다. 남이 하겠다는데 뭔 상관이지 싶다. 노동자로 살기 힘들어 썩어빠진 자본주의 세상을 욕하면 공산주의 사회주의 되면 더 심각해진다고 진지하게 일침을 놓는다. 우리는 그냥 길 걸어가면서 스몰 토크를 하던 중이었다. 그래서 더 이해가 안 갔다. 오히려 더 분위기 싸해짐. 정치에 대해 말하는 것도 싫어한다. 그냥 누가 맘에 안 드는 정당 편을 들면 고개만 끄덕이면서 아하아하 하면 되지 그걸 못하고 표정관리가 안 되는 것을 보면 성숙하지가 않구나 싶다. 본인 밥그릇에 예민하고 본인 조금이라도 심정을 이해받지 못하는 듯 싶으면 뒤에 가서 울어버리고 그래놓고 나는 이해 안 해준다. 이 사람은 나를 절대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난 그게 싫다. 나를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것이 어려운가? 그걸 그렇게 티를 내야 하나? 내가 사랑하기 힘든 사람이라고 광고를 하고 있네? 사랑하기 어려워서 노력까지 해야 하는 사람이냐고 내가. 그럴 거면 티를 내지 말던가. 내가 이 사람과 진지하게 대화해서 억하심정을 풀지 않는 이유는 이 사람이 내가 불만을 쏟아내면 그것을 상처받지 않고 받아낼 만한 그럴 만한 그릇이 안 되기 때문이고, 나도 이 사람에게 상처 준 것이 있는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난 그 사람 주변에 있을 때 미움받지 않으려고, 한 마디 듣지 않으려고 얼마나 긴장하는지. 너무 불편하고 너무 같이 있기 싫은 사람이다. 같이 있을 기회조차 만들고 싶지가 않다. 난 이 사람을 통해서 모든 사람과 굳이 마음을 터놓고 지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특히 그런 사람은 거리를 멀리하고 눈에 보이지 않게 하여 미워하기를 그만하는 게 오히려 낫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랑에도 미움에도 얻는 것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