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자식을 세 명 이상 많이 낳아서 오순도순 복작복작 잘 살겠다고 말하는 멍청한 남녀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심술이 나면서 '그 많은 자식이 너희들 마음대로 키워질 것 같냐' 고 고개를 들이밀고 따지고 싶다. 뇌가 청순한 건지 아니면 본인 자식은 자신의 말을 잘 순종할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환상을 갖고 있는 것인지 그 사람들의 의중을 도저히 모르겠다. 이것 또한 반골 기질이리라. 우리 엄마아빠가 나의 자매와 나를 낳지 않았더라면 인생이 더 평화롭고 행복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생육하고 번성하라' 하셨지만 나는 독실한 기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그 말씀에 순종하기 싫다. 이 실락원과 말세인 세상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을 수 있으며 어떻게 잘 키울 수 있단 말인가. 내 주변에만 ADHD, 다운증후군, 학습장애, 조현병, 우울증이 있는 아이들이 한 두명이 아니다. 서른 살 넘어까지 취직 못한 자녀도 보았고 학교폭력을 당해서 전학까지 간 학생도 보았다. 그리고 나의 어린 시절은 부모님의 맞벌이로 인해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어린이집에 맡겨져 두려웠고 외로웠다. 내가 우는 동생을 달래야 했고 나도 엄마가 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자녀의 고난이 곧 부모의 고난과도 다름없는데 어떻게 고난을 한 세트 더 늘릴 수 있는 것이지? 아이는 낳아놓으면 저절로 자라는 것이 아니다. 어렸을 때나 귀엽지 나이가 조금 들면 성교육도 시켜야 하고 대학 입시를 알아보아야 하고 세상 유혹 즉 욕설, 술, 담배, 마약, 도박, 폭력, 섹스, 임신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데 그 울타리를 거부할까 걱정이다. 애를 세상에 내보내는 것은 아이에게 적절한 절제력과 방향성을 제시하며 부모님으로서 롤모델이 되어야 하는 아주 막중한 일인 것이다. 그게 축복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난 엄마아빠가 나를 사랑함은 정말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믿지만, 글쎄, 낳기를 잘했다고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나와 내 자매 둘 다 계획된 임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난 이상하게도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 대한 소원은 없었다. 내 미래를 생각했을 때 엄마가 된 나와 아빠가 된 미지의 남자와 아이들이 생각나질 않았다. 난 그저 세련된 여자가 되기를 바랐고 돈이 많지 않아도 좋으니 굶을 걱정만 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내 인생 최악의 시나리오는 폐지 줍는 할머니로 살면서 하루에 밥 한 끼만 먹을 수 있고 물 새고 쥐 나오는 단칸방에 살다가 굶어 죽는 것이었다. 가난은 나의 최대 두려움이었다. 시집을 감으로써 직장을 다니지 않을 거라는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다. 나는 가난하지 않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나는 가난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만약 결혼을 한다는 가정 하에, 하나님께 기도를 열심히 드렸을 때 자녀에 대한 방향을 주시면 한 명 정도를 낳을 생각이다. 정말 최대 한 명이고 그 아이에게 동생이란 책임감을 지우지 않으리라 다짐하였다.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물질 자립을 하려면 직장을 다니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지만 결혼이나 출산을 하지 않을 선택지는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