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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의 문은 낮게 보아야 한다

한 번에 큰 사다리를 오를 수 없다. 한 번도 등산을 하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설악산이라거나 에베레스트라던가 도전하는 것은 무모하다. 내가 진짜로 히말라야 산맥을 오르고 싶다면 꾸준히 체력을 증진시키고 준비물을 구비하고 정보를 알아봐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준비 기간에만 힘을 다 쓴다면 막상 오를 때, 정상에 올랐을 때 허무해질 수가 있다. 그리고 도전하기 점점 더 두려워진다. 정보가 많을수록 두려워지는 것이다. 난 실제로 취업시장에 처음 관심을 가졌을 때 수많은 정신병 걸리는 회사들 이야기를 듣고 경악하고 슬퍼했다. 회사는 절대 노동자의 편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현실은 더 참담했던 것 같다. 특히 복지가 극히 제한적인 중소기업은 더 그렇다. 대기업에서는 사람이 죽어도 쉬쉬하고 중소기업에서는 인신공..

Likes 2024.11.18

픽셀아트가 좋다

픽셀 도트 감성이 좋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추억 때문일 것이리라. 십자수가 유행했던 시절 도트아트가 유행이었고 싸이월드 미니룸 꾸미기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난 촌스럽고 tacky한 느낌이 좋은 듯.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문화와 그림들이 좋다. 저런 픽셀 아트의 특징은 판타지스럽다기보단 현실적인 가상 실내를 그리므로 더욱 그리워지는 공간을 연출하는 것 같다. 나도 건물 안에 있는 잔디밭과 소파에서 하늘을 보고 싶다. 핑크색 침대와 핑크색 창문틀과 핑크색 책상과 의자를 가지고 싶다. 내가 들어가고 싶은 고민 없는 공간이 미니룸 디자인인가 보다.

Likes 2024.11.17

이성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

소녀들은 상상 속에 백마 탄 왕자님을 그리는 경향이 있지 않나? 그것은 나 또한 예외가 아니라서 아니 사실은 내가 제일 망상병자 출신이라서 고생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소년들이 분위기를 리드하는 섹시한 누님을 상상하거나 아니면 수줍을 얼굴로 고백하는 청순한 첫사랑 소녀를 상상하는 것과 같은 느낌일까? 그런 안목의 정욕들이 죄 된 것을 알지만 소녀 출신으로서 다른 소녀들도 막연한 그리움 속에 이상형 되는 남자가 있진 않았는지 궁금하다. 끝도 없는 외로움 속에서 나만 허우적 대고 있는 것인지, 언젠간 나의 것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더욱 애타는 것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현실의 남자들에게 관심이 없진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큰 범위에서 보면 나는 남자에 미친 새끼(A.K.A 남미새..

Likes 2024.11.16

멈출 수 없는 반골 기질

나는 타고난 반골 기질을 가지고 있다. 반골 기질이란 무엇인가 하면, 뼈가 거꾸로 된 사람, 즉 어떤 권력이나 권위에 따르지 않고 저항하는 기질. 또는 그런 기질을 지닌 사람을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지금 세상에서 나는 운동권 빨갱이라는 것이다. 그건 농담이고, 그냥 나는 일단 주어진 체계에 비판적인 사고를 먼저 하는 사람이다. 그런 습관을 가진 사람이다. 솔직히 이건 유전임에 틀림없다. 나는 정말 사랑받고 곱게 커서(이것은 기만질이 아니라 부모님과 주변 상황에 대한 감사와 겸손의 의미이다), 니가 사회에 불만이 있을 처지냐 하면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반항적인 성질은 사춘기 때 정말 심했다. 지나가는 어른들 머리를 때리고 싶을 정도였다. 하고 싶고 생각하고 싶고 말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은데 ..

Likes 2024.11.15

고상한 티타임의 로망스

참 지금 다이어트를 하고 있긴 하지만, 내가 살이 찌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이전 글 중에서도 쿠키로 시작하는 글이 있듯이, 나는 단 것, 디저트를 참 좋아한다. 그 이유는 서양 전래동화들을 보고자람에 있다. 특히 나에게 강하게 영향을 미친 책은 '소공녀'로 알려진 '세라 이야기', '빨간머리 앤', '비밀의 화원' 등이 있다. 세라와 앤과 메리가 영국의 티타임 문화를 나에게 처음 알려준 것이다. 동화책 삽화에서야, 아이들이 보는 거니 당연히 고증과 묘사가 어찌 되든 상관 없었을 것이고 온갖 달콤해보이는 케이크와 과자들을 그려 놓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건대 그녀들이 먹었던 빵과 쿠키와 케이크들은 내가 생각하는 그런 하얀 밀가루로 만든 부드러운 빵과 설탕 듬뿍 들어간 잼이 아니라 딱딱하기 그지없을 비스킷..

Likes 2024.11.14

드디어 성숙한 다이어트

솔직히 말하면 나는 엄마 쪽 식구들, 즉 외가 식구들을 많이 닮았다. 식성도, 깔끔 떠는 성격도 말이다. 안 닮은 게 있다면 체질이나 피부타입 정도일까. 여동생이 나보다 피부가 얇고 투명하며 수족냉증이 있는 것을 보면 그건 외가 쪽이 맞다. 문제는 나는 외가 쪽 체형을 닮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가 식구들은 약한 위장과 치질을 타고난 대신 철저한 건강관리를 통한 호리호리한 몸매들을 가졌는데, 나는 그것을 타고나지 못했던 것이다. 친가 식구들은 무지하게 먹어대도 속병 앓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다. 대신 중성지방들이 다들 두둑하긴 하시지만. 어쨌거나 나는 현재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사실 다이어트 이렇게 본격적으로, 독하게, 오래 유지한 것은 처음이다. 2024년 9월 19일부터 시작했는데, 발단은 추석 연휴..

Likes 2024.11.13

수치스러운 기억의 되새김질

반추란 Rumination, 즉 되새김질 이다. 소들이 풀을 계속 되새김질 하는 게 그게 반추란 말이다. 그런데 내가 그 짓을 하고 있다. 특히 아무것도 생각을 하지 않을, 샤워할 때 과거의 수치스러운 기억들이 자꾸 떠오른다. 유치원생 때 혼났던 기억, 초등학생 때 친구와 대립했던 기억, 중학생 때 친구들에게 따돌림 받았던 기억, 고등학생 때 교만함으로 남들을 배척했던 기억 등 사회화에 실패한 기억들, 지금은 더이상 영향을 주지 않는 과거의 일들인데 괴로워한다. 그런 기억들이 모이고 모여서 열등감과 슬픔을 구성한다. 괴롭다 괴로워. 슬프다 슬퍼. 다행스러운 점은, 내가 그런 증상 외에는 다른 우울증의 반응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웬만하면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싶다. 반추하지 말아야지. 그저 해야 할 것들..

Likes 2024.11.12

기념일의 추억

어렸을 때 학교나 학원에서 발렌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 등을 챙겨주는 것이 예삿일이었다. 학교는 급식으로 어필했고 학원은 과자로 마케팅을 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나는 초등학교 때 짝꿍과 엎드려뻗쳐를 벌로 받는 도중 수다를 떨다가 정이 들어 고백 받은 적도 있었고 같은 반 남자애 '엄마'가 유리병에 담겨 있는 사탕을 주신 적이 있는 등 웃음이 나오는 추억이 있다. 아마 그 친구의 어머니는 내가 책도 잘 읽고 머리도 긴 생머리에 공부도 잘 했어서 마음에 드셨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평범하기 그지없는 못 생긴 오피스 레이디가 되었다.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는 사실 우리들의 전유물은 아니었고 대학생 언니오빠들이 챙기는 그런 기념일이라고 여겨졌다. 왜냐하면 화이트데이는 그렇다치는데 발렌타인데이의 '쵸컬릿'은 ..

Likes 2024.11.11

나의 영원한 복숭아씨앗

선선한 서울의 거리를 걷는 것쥬드 프라이데이의 수채화 느낌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기분 좋은 순간마음 털어놔도 판단하지 않는 친구와 함께도회지의 상징과 같은 건물을 탐방하기처음 경험하는 음식을 먹고 동그래진 눈메모지를 다 쓰는 날언제 읽어도 마음이 움직이는 만화책인간관계의 해답 같은 지식웃으라고 던진 유모어에 웃어주는이어폰 없이 걷는 집 가는 길선물받은 바디로션의 침대 속 향기영원히 경험하지 않을 상황 속 섣부른 험담부드러운 일기장에 폭신한 베개와뾰족한 펜촉과 날카로운 기억찾아영화의 배속과 그 보다 느린 감상단추와 똑같은 귀고리를 하고거울에 비치는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스치는사람 사는 거 똑같다와 다양한 인간군상정도 깊은 회개는 아름답다선명한 달의 모양을 보면서 위로받기강한 자의식에 슬퍼하고 힘을얻고사랑하는 ..

Likes 2024.11.10

이기적인 사랑 에로스 연애시장

자기 유익을 위해서 하는 사랑, 에로스 사랑. 에로스 사랑은 가치를 추구하는 사랑. 즉 자기에게 유익한 가치를 추구하는 이기적인 사랑. 인간은 에로스에 의해 태어나고 스토르게에 의해서 양육받으며 필리아에 의해서 다듬어지고 아가페에 의해서 완성된다고 하지만 에로스는 당연히 부부 사이에만 허락된 것이 아닌가. 자유연애가 싫다. 자유연애는 에로스를 당연시한다. 부부관계가 아닌 것에서 에로스를 추구한다. 그것은 간음이다. 연애를 하려면 혼전 순결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혼 제도를 무시하는 건 윤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아니 주장한다. 남녀의 사랑만이 인정된다고 생각한다. 동성애 즉 남남 여여 서로에게 정욕을 느낀다면 그것도 죄라고 생각한다. 물론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서로에게 정욕을 갖는 것도 죄이다. ..

Likes 2024.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