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난 정말 유명한 이상주의자였다. 모태신앙 기독교인이기도 하고 '엄마 찾아 삼만리'나 '세라 이야기', '큰 바위 얼굴' 등을 읽고 자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선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그런 권선징악적 이야기에 감동하고 위로받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게 현실에서도 적용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나는 학창시절 외모지상주의나 학교폭력 등의 정의롭지 않은 사건에 분노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개찐따같은 사람이 되었고 이혼하는 부모 아래 있는 자녀 양육 문제나 복잡한 불륜, 치정 사건들에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면 쿨하지 못한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무거운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떨떠름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물론 내가 갑분싸 분위기를 만든 것은 아니다. 어쨌든 우리 인간 사회는 그런 이야기를 온라인에서만 떠들 수는 없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부부끼리, 단체끼리, 주민끼리, 시민끼리, 국민끼리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도덕적 기준과 윤리적 주제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은 사회구성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어른이 되어서 세상이 절대 교과서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인류학자나 통계학과가 있는 것일까? 제기랄! 살다보니 인간들은 내 마음과 달리 윤리적으로 움직이지 않았고 적어도 착한 척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았고 특히 범죄자 같은 인간군상들이 우리네 평범한 시민들과 다름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가정폭력을 당해도 결코 말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어쩌다 한번 잘못한 일에 너죽고나살자 하는 오만가지 땡깡을 피우는 인간도 있고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술을 마시고 유리를 깨고 물건을 집어 던지는 사람이 있고 비만임을 알면서도 탄수화물을 폭풍흡입하는 사람이 있고 말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날카로운 세 치 혀를 놀리는 사람이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잘못된 인간군상들이 있다. 그토록 내가 원하던 정의로운 도덕적인 참 어른들은 없고 더러운 실락원만 남았다는 사실에 슬프다. 그런데 난 또 냉소적인 입장을 취하면 왜 또 그런 사회부적응자 같은 말을 하냐고 한다. 그러니까 그사람들 말은 말에 감정을 섞지 말라는 것이다. 이상주의자 입장이어도 꼽주고 냉소주의자가 되어도 꼽주고 뭐 어쩌라는 거지? 난 정의가 실현되는 게 맞다고 본다. 아무리 실락원이 실락원이라지만 적어도 정의를 추구하고 공의를 추구하긴 해야지. 그게 사람 아니야? 맞는 말 하는 사람을 아니꼽게 보는 이유는 자신들이 도덕적 열등감을 가지고 있고, 거기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기 싫어서 그런 것이다. 난 이미 그렇게 정의를 내렸다. 사람은 참으로 모순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