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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광 부릴 수 없는 겨울

Amine 2024. 10. 29. 17:32

어렸을 때는 집에 에어컨도 없고, 옷을 예쁘게 입는 방법도 몰라서 마냥 꽁꽁 싸매는 겨울이 좋았는데, 지금은 그저 최소한의 옷가지를 걸칠 수 있는 여름이 좋다. 물론 너무 더운 한여름과 너무 추운 한겨울은 누구라도 싫을 것이지... 적당한 초여름, 늦여름과 적당한 초가을이 나는 참 좋다. 얇은 맨투맨에 긴 치마를 툭 걸치거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원피스를 딱 한 장 입는 것은 사치스럽고 만족스럽다. 이것저것 끼워입어야 하는 겨울은 나에게 너무 혹독하다. 여름에는 낮도 길어져서 세로토닌이 많이 나오고, 여기저기 다녀도 밤이 늦게 다가와서 마음이 충만해진다. 과일도 문화도 사람도 풍성한 여름이다. 겨울에는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 무엇 하나 하고 나면 밤이 나에게 찾아와 과한 차분함을 선사한다. 그러고 나면 나는 어김없이 슬퍼지고 내일의 아침이 또 늦게 옴에 서러워진다. 이번 겨울도 나에게 혹독할 것이다. 장기간의 식단조절로 체지방을 잃고 나면 더욱 괴로워질 것을 예상하다. 눈이 녹아서 잿더미같이 되어 발을 젖히고 시렵게 해도 울지 말아야 한다. 칼바람이 내 귀와 코를 떨어져 나가게 해도 누구에게 칭얼댈 수 없음이다. 어리광 부릴 수 없는 겨울이 나는 참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