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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케이크 커피 크림 크레페 코코아

Amine 2024. 10. 30. 09:35

아버지와 공원을 한바퀴 돌면서 생각했다. 나는 정말 ㅋ이 들어간 음식을 좋아한다고. 비스킷, 크래커, 초콜릿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젤리와 사탕, 마시멜로우 등 쫄깃한 공장제 제품들도 좋아하지만 대부분 사람이 손으로 만든 음식을 더욱 선호한다. 종이 질감에 가까운 포장에, 유통기한이 길지 않아 보이는 쿠키와 케이크, 생크림이 좋다. 알록달록한 봉지에 담겨 있는 젤리와 사탕들을 보면 왠지 대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 대접받지 못한다는 기분은 뭘까, 너무 잔인하다. 내가 정당한 대가를 주고 가져온 음식인데 그것으로 대접받지 못하다니. 내가 좋아하는 쿠키 케이크 커피 크림 크레페 코코아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사람과 적절한 상황에서 먹어야 위로가 되는 음식이지 시도때도 없이 마구 흡입한다고 해서 나를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준비된 디저트'를 먹어야 한다. 디저트에는 충동이란 단어가 있으면 곤란하다. 내가 어떻게 디저트와 달콤한 음식들에 의미부여를 그만 할 수 있을까. 음식을 낭만화한다고 해서 나의 허영심이 가득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스타킹에 긴 치마를 입고, 정말 가고 싶었던 예쁜 카페에서 다이어리를 적으며 케이크와 쿠키를 먹는 나를 상상해 보면 마음이 너무 따뜻해지면서 정신적으로 충만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게 바로 허영심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나의 허영심을 채워주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어렸을 때는 돈이 없어 허용되지 못했던 그런 욕구들이 지금 와서 마음껏 표출하고 싶어진다. 정말 우스운 사실은, 어렸을 때 아이스크림을 정말 많이 먹었기 때문인지 지금은 썩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내 돈 주고 사먹지 않는 음식들 중에 하나인데, 어린 시절의 영향일지 아니면 그저 나의 입맛 취향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이것 하나는 맞다. 아이스크림은 허영심을 즐기기에 최악의 음식이라는 것이다. 너무 빨리 녹아버리고, 먹을 때도 그렇게 눈으로 즐기면서 먹을 수 있는 디저트는 아니다. 갈증을 해소하는 데도 최악의 음식이다. 중요한 건 쿠키와 케이크가 눈으로 만족감을 줄 정도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적절한 시기에 준비된 디저트를 먹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