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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의 낭만과 추억

Amine 2024. 10. 31. 09:09

놀이공원은 놀이공원만의 판타지가 있는 듯 하다. 집에서 놀이공원을 턱턱 보내주거나 어머니 아버지가 같이 가서 놀아줄 형편은 안 되었기 때문에 놀이공원은 너무나 특별하고 준비된 날에만 허락되는 곳이었다. 학교 소풍으로 롯데월드를 갔을 때 놀이기구 위치나 길을 잘 알지 못해서 어리버리했던 내가 떠오른다. 초등학교 1학년이었으니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신밧드의 모험에 나오는 해골이 너무 섬뜩했고(울고 싶었으나 옆의 남자아이가 절대 울지 말라고 했다), 퍼레이드의 신데렐라가 너무 예뻐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어떤 남자아이가 신데렐라 왕자님의 장갑 낀 손을 놓지 않아서 배우가 곤란해했던 기억도 있다. 롯데월드는 실내 장식이 참 동화스럽고 비밀스러운 공간이 많아서 더욱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느낌이 들게 하였다. 중학생 때에도 친구들과 한번 시험 끝나고 간 적이 있다. 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입장권도 큰 맘 먹고 구매한 건데 당연히 예쁜 교복도 빌리지 못했고 맛있는 간식도 마음껏 사먹을 수 없었다. 그 당시에 괴물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던 햇츠온 스냅백과 백팩이 참 유행이었는데, 얼짱 언니들처럼 회색 후드티에 청반바지, 검은 스타킹에 컨버스하이를 신고 햇츠온 모자와 가방을 갖는 상상을 즐겼더랬다. 나중에 이금이 작가의 청소년 소설 '소희의 방'을 읽었는데, 소희가 난생처음 롯데월드를 가기 위해서 놀이기구 위치를 미리 알아두고 지하철 화장실에서 힘들게 검은 레깅스와 핫팬츠, 후드집업으로 갈아입고 똥머리를 하고 립글로즈를 바르는 장면이 나에게도 인상적으로 와닿았다. 털이 부숭부숭한 여우인형 핸드폰 고리도 유행이었는데, 남자친구와 커플로 그것을 달고 다닌 소희를 생각해 보면 시대상과 유행을 잘 반영한 모습이 재미있었다. 직장인이 된 지금은 얼마나 풍요로운지, 연차가 허락되는 한 언제든지 발걸음을 들일 수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얼마든지 푸드코트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지금도 나는 후드티에 검은 스타킹에 핫팬츠를 입는다. 똥머리를 한다. 립글로즈를 바른다. 언제까지고 청소년일 수 있는가. 기구에 드디어 앉았을 때의 짜릿함, 줄을 기다리며 지루함에 못 이긴 깊은 대화, 몇 십 장이고 찍는 셀카 사진, 뒷 커플의 대화를 훔쳐들으며 웃고, 앞 사람의 옷차림과 지나다니는 아이들의 땡깡을 본다. 밤의 늦은 퍼레이드를 본다. 전깃줄을 감고 활짝 웃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내일의 내 모습 같다. 마지막 이벤트라는 생각에 눈물이 난다. 폐장 시간이 다 되고 나면 판타지 세상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화장을 지우고 스타킹을 손빨래 하고 가방을 풀고 사진을 정리한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스르륵 잠에 든다. 과연 놀이공원의 낭만과 추억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