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학교나 학원에서 발렌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 등을 챙겨주는 것이 예삿일이었다. 학교는 급식으로 어필했고 학원은 과자로 마케팅을 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나는 초등학교 때 짝꿍과 엎드려뻗쳐를 벌로 받는 도중 수다를 떨다가 정이 들어 고백 받은 적도 있었고 같은 반 남자애 '엄마'가 유리병에 담겨 있는 사탕을 주신 적이 있는 등 웃음이 나오는 추억이 있다. 아마 그 친구의 어머니는 내가 책도 잘 읽고 머리도 긴 생머리에 공부도 잘 했어서 마음에 드셨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평범하기 그지없는 못 생긴 오피스 레이디가 되었다.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는 사실 우리들의 전유물은 아니었고 대학생 언니오빠들이 챙기는 그런 기념일이라고 여겨졌다. 왜냐하면 화이트데이는 그렇다치는데 발렌타인데이의 '쵸컬릿'은 학생들이 느끼기엔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그냥 편의점에서 2+1 이벤트 하는 가나초콜릿이나 먹었지 뭐. 나는 빼빼로데이 때 롯데 빼빼로보다 포키 극세사나 그냥 공장에서 만든 퍽퍽한 밀가루맛 나는 두꺼운 빼빼로 과자를 선호했는데, 그 이유는 '청소녀 백과사전' 단편집에 나오는 '젓가락 과자'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면 화이트데이 때 사탕 바구니에 하얀 곰돌이 인형이 담긴 선물을 꼭 받고 싶었는데, 미래의 남편에게 혹은 미래의 나 자신에게 받아야겠다. 스타벅스 너티 쿠키보다 그런 싸구려 맛 나는 공장제 빼빼로가 더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