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kes

드디어 성숙한 다이어트

Amine 2024. 11. 13. 10:18

솔직히 말하면 나는 엄마 쪽 식구들, 즉 외가 식구들을 많이 닮았다. 식성도, 깔끔 떠는 성격도 말이다. 안 닮은 게 있다면 체질이나 피부타입 정도일까. 여동생이 나보다 피부가 얇고 투명하며 수족냉증이 있는 것을 보면 그건 외가 쪽이 맞다. 문제는 나는 외가 쪽 체형을 닮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가 식구들은 약한 위장과 치질을 타고난 대신 철저한 건강관리를 통한 호리호리한 몸매들을 가졌는데, 나는 그것을 타고나지 못했던 것이다. 친가 식구들은 무지하게 먹어대도 속병 앓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다. 대신 중성지방들이 다들 두둑하긴 하시지만. 어쨌거나 나는 현재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사실 다이어트 이렇게 본격적으로, 독하게, 오래 유지한 것은 처음이다. 2024년 9월 19일부터 시작했는데, 발단은 추석 연휴가 지나고 마지막 밤에 응급실떡볶이의 로제떡볶이를 우걱우걱 먹은 데서 시작했다. 밤에도 배터지게 먹고 그 다음 날 낮에도 배터지게 먹었으니 슬슬 몸무게가 걱정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슬쩍 몸무게를 재어 보니 수험생 시절 쟀던 몸무게 이상의 숫자가 나와서 정말 크게 놀라버렸다. 물론 식사 후에 바로 재서 그랬기도 했겠지만, 더 정확한 수치를 위해서 그 다음 주에 인바디를 쟀더니 확실히 내장지방이 많이 늘어서 더 크게 놀랐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다이어트 시작이 된 것이다. 무엇을 걸쳐도 패셔너블한 여자가 되는 것도 나의 영원한 로망이었고 무엇보다 내장지방 레벨을 2~3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평일 저녁에 계란과 고구마와 두유로만 식단을 구성하고 점심에는 먹고 싶은 것을 먹었다. 주말에는 저녁에 많이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돼서 오히려 낮에 적게 먹도록 노력했다. 지금은 내가 봤던 그 충격적인 숫자에서 6kg는 빠져 있다. 두 달이란 시간이 나에게 유효하긴 했나 보다. 중학교 1~2학년 까지는 참 몸매가 예쁘고 날씬했는데 편의점을 들락날락 거리며 살을 찌우는 바람에 고등학생 때 확 쪄 버리고, 대학생 때까지 시럽 넣은 커피와 쿠키들, 케이크를 달고 살아서 통통한 몸을 유지했었다. 대학교 2학년 겨울방학에 토익학원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저녁에 삼각김밥 두 개만 먹고 살아서 현재보다 더 날씬한 몸을 만들긴 했었지만 그건 의도적인 다이어트가 아니었고 잠깐 동안이었다. 미국에서 친구가 놀러 와 영화를 볼 때 먹은 카라멜 팝콘과 잦은 외식으로 다시 몸무게는 원상복구 되었다. 현재의 나는 무엇보다 건강을 위해서 식단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은 체지방이라는 업보를 지워야 하고, 염증이나 복부비만에 대해서 유의해야 하는 것이다. 난 지금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내가 내 몸과 식사를 통제할 수 있다는 쾌감을 즐기고 있다. 다이어트는 통제와 절제가 합쳐진 결과인 것 같다. 내 의지가 나의 몸을 통제할 수 있는 성숙함을 가져야 한다. 절제 없이 즐기는 것은 어리석다. 객관적으로 내가 먹는 음식의 종류와 절대적인 양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어제, 오늘 무엇을 먹었나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무의식적인 음식 섭취는 통제되지 않는다. 나는 어제 점심으로 소고기 우동에 생계란, 명란마요 고로케를 먹었고, 간식으로는 초콜릿 두 조각, 저녁에는 훈제계란 1알과 두유 1팩을 먹었다. 오늘 점심은 냉채족발과 당면, 그리고 또다시 저녁으로 훈제계란 1알에 두유 1팩을 먹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