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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스러운 기억의 되새김질

Amine 2024. 11. 12. 15:39

반추란 Rumination, 즉 되새김질 이다. 소들이 풀을 계속 되새김질 하는 게 그게 반추란 말이다. 그런데 내가 그 짓을 하고 있다. 특히 아무것도 생각을 하지 않을, 샤워할 때 과거의 수치스러운 기억들이 자꾸 떠오른다. 유치원생 때 혼났던 기억, 초등학생 때 친구와 대립했던 기억, 중학생 때 친구들에게 따돌림 받았던 기억, 고등학생 때 교만함으로 남들을 배척했던 기억 등 사회화에 실패한 기억들, 지금은 더이상 영향을 주지 않는 과거의 일들인데 괴로워한다. 그런 기억들이 모이고 모여서 열등감과 슬픔을 구성한다. 괴롭다 괴로워. 슬프다 슬퍼. 다행스러운 점은, 내가 그런 증상 외에는 다른 우울증의 반응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웬만하면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싶다. 반추하지 말아야지. 그저 해야 할 것들을 해야지. 그리고 성공했던 경험들을 기억해야지. 어렸을 때부터 글 쓰기를 좋아해서 일기 쓰기를 즐겨했는데 내 생각에는 그런 기록들이 기억을 오래 남게 하지 않았나 싶다. 이래서 나쁜 기억을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없다. 전 회사에서 너무 괴로운 나머지 일기 쓰기를 중단 했었다. 쓸 말이라곤 슬픈 기억들밖에 없었으니까. 아직도 면박 받던 기억이나 상처 받았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아마 예민하고 여린 마음을 가져서 그런 것 같다. 무던하고 강한 마음을 가지고 싶다. 천성이 타고나길 이렇게 타고나서 기쁜 기억들을 삼켜버리고 왜 슬프고 고통스럽고 외로웠던 기억들만 가지고 가는지 모르겠다. 특히 민망했던, 무안했던, 머쓱했던, 수치스러웠던 그런 경험들이 떠오르면 움츠러들고 만다. 힘든 순간 무너지지 않도록 마음에 담을 쌓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랑하는 나 자신에게 그런 슬픔을 주지 말자.

 

잠언14:10 마음의 고통은 자기가 알고 마음의 즐거움은 타인이 참여하지 못하느니라